남친 집에 인사하러 간날, 남친 뺨 때리고 왔어요
안녕하세요. 29살 여자고요. 본론만 말씀드릴게요.
제목처럼 남친 부모님께 교제 사실 알리러 갔다가 펑펑 울며 남친 뺨때리고 헤어지고 오는 길이에요... 제 직업은 고등학교 교사고 남친은 평범한 회사원이에요. 월급은 아직 비슷비슷하구요.. 사귄지는 1년반 됐고요..
저는 원래 결혼 하려고 마음을 딱 먹고 결혼 승낙 받으러 가는 거 아니면 남친 부모님을 딱히 뵈고싶지 않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사귀는 걸 남친 부모님도 아시고 나이도 나이인지라 그쪽에서 절 한번쯤 보고 싶어 하시다보니 제 마음처럼 할 수가 없더라고요.
저는 뭐 돌려돌려 가며 아직 만나기는 이른것 같다는 식으로 거부의사를 내비췄지만 남친은 중간에 끼어서 자기도 미안하고 답답하다면서 한번쯤 가주길 바랐구요. 남친 마음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라서 가겠다고 했어요.
결혼 승낙 받으러 가는것도 아니고 교제 사실을 알리고 얼굴만 비추면 된다고 생각해서 선물도 크고 비싼거 안사고 아버님이 양주를 좋아하신다고 해서 중저가 양주 한병과 꽃다발 사갔습니다.
참고로 저는 어머니가 안계십니다. 사고로 돌아가셨고 저랑 아버지랑 남동생이랑 셋이서 삽니다. 물론 이 사실을 남친은 알고 남친 부모님은 모르셨어요. 딱 집에 가니까 저녁상이 잘 차려져 있더라고요. 감사했습니다.
아버님께 양주 드리고 어머님께 꽃다발 드리고 인사하고 바로 식탁에 앉아서 식사했습니다. 식사하면서 여러가지 물으셨는데 당연히 가족이야기도 나오지요. 부모님은 뭐하시냐 하셔서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장사하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놀래면서 남친한테 바로 넌 이런걸 왜 미리 말을 안하니? 라고 하시더라고요. 무슨뜻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참았습니다. 또 밥먹다 어머니가 왜 돌아가셨냐고 병력인지 사고인지 물으셨어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하니 뜬금없이 방긋 웃으시면서 그러시냐고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기분이 불쾌했습니다.
그러다 국이 너무 맛있어서 제가 조금 더 먹어도 되겠냐고 여쭙자 잘먹어서 좋다고 하다가 엄마없이 자라서 이런 집밥이 그리웠지? 앞으로 종종 와서 먹고가라고 말씀하시는데 울컥 눈물이 날뻔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저희 아버지도 요리를 잘하셔서 딱히 집밥에 대한 그리움은 다행히도 없네요. 하고 넘어갔어요. 여기까지도 참을만 했습니다.
그러다 과일을 먹는데 저는 손님으로 왔으니 딱히 과일 깎을 생각은 않고 앉아만 있었는데 어머님이 나오시면서 예를 들어 제 이름이 영희면, 어구 우리 영희 엄마없이도 똑부러지게 잘 자란줄 알았더니 아직 배울게 많구나. 이런 자리에서는 식사 맛있게 했습 니다, 하면서 과일은 직접 깎는거야. 엄마가 영희 생각해서 말해주는거야. 영희가 밖에서 그런 예의없는 행동을 하면 혼자 힘들게 키워준 아버지 욕먹이는거야~
이런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조금 다를 순 있어도 저런 내용이었어요. 정말 참다참다 여기서는 못참겠어서 저도
큰소리치고 싶었지만 맘에 안들면 남자친구와는 헤어지면 되는거고 여기서 큰소리를 쳐버리면 돌아가신 어머니까지 욕먹이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일이 생겨 먼저 가보겠다며 가방챙겨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어머님이 작게? 그런데 또 분명하게 들리게. 아버님한테만 말하는 것 같지만 또 저 들으라는 듯이. 정말 딱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거봐 편부모 밑에서 자라면 뭐 하나가 부족해도 부족한거야. 어른이 한마디했다고. 하며 혀를 쯔쯔 차시는데 그때는 참고 뭐고 없이 정말 바로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어 도망치듯 밖으로 나와버렸
습니다.
눈물은 정말 계속나고 남친은 따라나와서 자기가 잘못했다며 빌고 정신은 없었구요. 옆에서 남친이 안말려준건 아니었어요. 계속 아니야~ 아니야~ 영희 안그래~ 엄마가 몰라서그래~ 뭐 이런식으로 분위기 흐리지 않는 선에서 잘 맞받아쳐줘서 남친한테는 딱히 서운한 게 없었는데 그래도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엄마가 어릴때 돌아가신것도 아니고 25살쯤에 돌아가셔서 사랑을 아예 못받고 자란것도 아닙니다. 받을거 다 받아
가며 자랐고 다 커서 돌아가신거라 편부모밑에서 자랐다고 욕먹을 이유도 없었습니다. 아직도 편부모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나쁠줄 정말 몰랐습니다. 남친한테 헤어지자 하고 미안한데 이렇게라도 풀어야 겠다며 뺨한대 때리고 뛰쳐나갔습니다.
그렇게 집에 와서 한바탕울고 글 남깁니다. 여기에라도 글써서 푸니까 기분이 나아지네요. 그래도 우울한건 지워지
지 않지만요.. 엄마없이 자라서 그렇다는 말은 정말 밑도끝도 없이 제 기분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네요.
남친하고 타이밍만 좋다면 결혼까지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뭔가 다 깨져버려서 마음이 너무 허해요 제 푸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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